세월호특별법이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주장이 들린다. 소비 심리가 죽어 있는 데에다 ‘민생법안’ 통과가 막혀 있으니 적당히 해두고 넘어가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하나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게 있다. 인과관계의 해명이 대단히 모호한 이런 식의 논리보다는 오늘날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국가 경제 성쇠가 그 나라의 ‘국가 위험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가 위험도를 산출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는 그 나라의 정치적 위험도 특히 국가 기관의 부패로 인한 불투명성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이 문제에서 대한민국은 특단의 조치가 시급히 필요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까지 터져 세계적으로 신뢰도가 추락한 한국 경제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철저한 세월호 진상 조사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은 한국 경제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홍콩에 기반을 둔 ‘정치경제 위험도 컨설팅’이라는 기업은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아시아 국가들의 부패 지수(좀 더 정확히는 “사업 환경에 부패가 미치는 영향 지수”)를 조사, 발표해왔다. 1000명에서 2000명 사이의 국제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각 나라의 부패 정도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는 식이다. 2013년 3월에 발표된 한국의 지수는 6.98로 중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6개 나라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인 2014년 3월의 발표에서는 다시 7.05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참고로 비교를 위해 보자면 이 지수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싱가포르, 일본, 홍콩은 각각 1.60, 2.08, 2.95였다. 산술적으로 보자면, 국제적 투자가 및 사업가들이 한국 국가 기관의 부패와 불투명성을 이 나라들의 두 배 세 배로 심하게 느낀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추세가 급격한 악화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2004년에 6.67이었던 이 수치가 한때 꾸준히 개선되어 2010년에는 4.88에 이르렀지만, 이후 급격히 악화돼 결국 지난 10년간 최악의 수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0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요구 농성천막위에 놓여진 세월호 모형풍선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출처 : 경향DB)


세월호 사고에서 이러한 한국 국가 기관의 부패와 불투명성은 실로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국가 통수권자의 발언 중에 급기야 “적폐”와 “관피아”라는 어휘가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국가를 중심으로 한 사업 허가 및 이익 구조는 복마전을 방불케 할 정도이며, 국가 위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명령 체계 혼란은 극도에 달했고, 이러한 사태를 조사하고 바로잡는 제도와 절차는 심각한 불신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 시스템은 오히려 이러한 온갖 문제들을 전혀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정치적 모략과 언론 매체의 동원으로 덮고 은폐해 버리는 데에는 놀라운 효율성을 발휘하였다. 이제 국제 투자가들과 사업가들은 한국의 부패와 투명성에 대한 평판을 어떻게 할까. 아까 언급한 컨설팅 기업이 내년에 발표할 평가 지수에서는 한국의 위치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지구화된 오늘날의 경제에서 부패 척결과 투명성 확보를 통한 국가 신인도 제고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 점에서 지금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진 세월호 사고와 그 뒤를 이은 한국 국가의 신뢰 추락은 결코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 그 정체도 모호한 “소비 심리”의 진작이라는 것보다 그리고 “민생법안”이 한두 달 시행이 미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이제 대한민국 국가는 부패와 투명성에서 과거와 분명하게 단절한다는 의지를 안팎으로 또렷하게 천명하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의 정치 과정을 보면 지금 피해자 유족들과 민간 법조계에서 요구하는 특별법안은 정부와 여당이 아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특별법안을 통 크게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그러한 의지의 천명에 있어서 극적 효과를 배가시켜줄 것이다.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부패와 불투명성이라는 국가 위험도의 요인을 제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피해자 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특별법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홍기빈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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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