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운동, 나는 바로 그 손가락질받는 반대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뭘 하자는 것보다 하지 말자는 얘기를 훨씬 많이 했다. 그게 싫어 내 궁극의 직업으로, 그리고 내 마지막 직책으로 영화기획자를 선택했다. 이런 영화 만들어 봅시다, 그렇게 했던 얘기들이 실제로 제작 과정에 들어가 촬영되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기쁘겠나. 그런 재미로 영화 기획을 시작했고, 몇 년 해보니까 실제로 행복하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 그걸 감각적으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영화이다.

그렇지만 충무로에 영화기획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감독이 되기 위해 죽어라고 현실을 버티는 스태프들은 많지만, 어떤 걸 영화로 할까, 그런 걸 고민하는 기획자들은 정말로 적다. 그 기획자 중에 나도 이름을 올리게 되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동료들끼리 늘 쓰는 아주 고약한 표현이 하나 있다. 물론 욕이다. 시나리오나 기획이 나쁘다는 얘기를 할 때, “그것은 올드하다”고 표현한다. 우리끼리는, 꽤 심한 욕이다. 멱살 잡힐 각오를 하면서 꺼내는 표현이다. 이미 어디선가 한 거, 써먹은 것, 감성적으로도 구시대에 속하는 것, 그런 것을 ‘올드하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하고 나면, 상대방과 새벽이 올 때까지, 나의 얘기는 ‘올드’하지 않다, 아니 너의 얘기는 ‘올드’해, 그렇게 밤새 싸울 것을 각오한다. 영화기획자들은, 자신의 기획이 ‘올드’하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그리고 동트는 새벽녘에 확인한다, 아, 우리는 아직 모두 ‘올드’하다, 요딴 걸 가지고 싸우는 걸 보니…. 그게 영화 기획이다. 우리는 절대로 ‘올드’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세상에 한 번도 없던 영화, 지금도 그런 걸 만들려고 밤을 새운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이후 이것저것 막 들이대더니, 결국은 올드 중의 올드, 케이블카까지 들이댔다. 전경련에서 이런 걸 하라고 ‘커닝 페이퍼’를 보여줬는데, 그걸 그냥 청와대가 베꼈다. 10년 넘은 케이블카 논쟁, 이 올드한 논쟁이 다시 시작된다.

원래의 논쟁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산을 이곳저것 깎아서 정류소를 만들어야 하고, 또한 재수 없게 보호종이 그곳이 있으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등산을 하면서 산을 망치느니, 차라리 입산금지를 시키고 케이블카로 오르게 하면 생태보호가 된다고 한다. 이것은 10년 전의 ‘올드’한 논쟁이다.


실제 몇 년 지나서 보니까, 두 가지 부작용이 생겨났다. 우선은, 케이블카가 생기면 도토리묵이나 파전 등 산 밑에서 이것저것 팔던 가게들이 다 망하게 된다. 자가용으로 케이블카 주차장까지 바로 가니까 그 밑에서 뭘 사먹을 이유가 없어졌다. 케이블카 건설 등으로 건설사는 잠시 경기가 있지만, 정작 지역경제는 어려워진다. 또 다른 하나는, 진짜 등산객 숫자의 격감이다. 케이블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등산객은 없다. 정말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케이블카 코스로는 가지 않게 된다. 그러면 누가 돈을 버느냐? 케이블카 정류장의 구내매장 딱 한 군데에서 약간 매출이 오른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망한다. 이미 본 사례이다.

케이블카를 놓으면, 건설사가 돈 벌고, 주유소가 돈 벌고, 고속도로가 돈 번다. 반면, 동네 가게가 망하고, 지역주민이 망하고, 생태계가 망한다. 이 올드한 케이블카 논쟁, 그만하자. 생태, 환경, 다 떠나서 산 밑에서 감자전 부치고 빈대떡 부치고, 막걸리 팔던 주민들은 바로 망한다. 경제적으로 지역경제에는 역효과라는 증명, 이미 끝났다. 이 올드한 논쟁, 이제 그만하자. 케이블카는 지역 주민의 적이다. 왜 이걸 굳이 하려 하느냐? 청와대, 그들은 올드하다.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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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