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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임무는 ‘불길한 예언’을 하는 것이다.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했던 ‘카산드라의 역할’이 그것이다.

오늘은 그것을 하고자 한다. 불길한 예언의 핵심은 ‘제2의 IMF 외환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경제는 1997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그 유사성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강하다. 우선 원화 절상이다. 1997년 초 임기 말에 다다른 김영삼 정부는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성취하기 위해 무리하게 원화 절상을 유도했다. 그 결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대외불균형이 심화되었다. 1997년 초 1달러당 845원 수준이던 환율은 외환위기 중 그 가치가 급전직하하여 1997년 말에는 한때 1달러당 1962원에 달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원화 절상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원화가 인위적으로 고평가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저평가된 측면도 있지만 원화 절상이 수출기업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원화 절상의 잠재적 혜택인 내수 활성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원화 절상은 다시 우리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둘째 우리 기업들의 체력 저하 문제다. 1997년은 가히 ‘기업부도로 시작해서 기업부도로 끝난’ 한 해였다. 연초 한보의 부도로 시작해서 가을 기아자동차가 부도날 때까지 거의 매달 기업부도 소식이 지면을 채웠다. 나중에는 삼성자동차도 부도나고 대우그룹이 붕괴했다. 무수한 금융기관도 망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도 이에 못지않다. 동양에서 시작하여 STX를 거쳐 동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의한 착시를 걷어낼 경우 거의 모든 상장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삼성전자 실적마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실적 악화 역시 그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저축은행과 증권이야 언제나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은행도 실적 부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부도가 가시화될 경우 은행의 취약성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 예상 부도확률


물론 1997년과 다른 부분도 있다. 이것이 더 불안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기업부문의 부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지만, 그래도 진실의 일단을 담고 있었다. 그때는 가계와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주 나빠진 것”이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는 그때 없었다. 올 초에 정부가 공식 확인한 공공부문 부채 821조원도 그때는 없었다.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매년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려 하고 있다. 노령화 때문이다. 2014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주 우울하다.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정신을 놓고 있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감독체계 개편과정에서 자신의 떡고물이 어찌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점도 그때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점증하는 기업부도의 위험을 부도유예협약의 연장선인 기촉법으로 눈가림하겠다는 발상도 그대로다. 무엇으로 위기를 막을 것인가.

정부는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금리동결이라는 안이한 정책을 버리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TV, DTI를 완화하면 내수 부양이 제대로 될 것인가. 거품 발생은 차치하고서라도 빚을 지면서 소비를 늘리기에는 국민들의 삶이 현재 너무 팍팍하고 미래의 전망이 너무 어둡다.

지금부터 어려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 규모를 줄여주는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 운운은 잊어야 한다. 부실을 금융권으로 모으고 이것을 부분적인 본원통화 증발과 조세수입 증가로 해소해야 한다. 부채 증가로 총수요를 띄워 보겠다는 생각은 단기적 차원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구조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전성인 |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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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