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딱 한 마디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무엇보다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 최소한 하루 8시간을 쏟는 일의 목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돈을 벌면서도 이왕이면 내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기를 바라며, 나의 흥미와 관심사가 일 안에서 구현된다면 금상첨화이고, 일 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일을 통해 여러 가치를 구현하길 원하고, 일이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그 수만 보아도 전 세계 인구의 25%에 해당하며,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자로서도 가장 규모가 큰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집 연작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에게로 경제적, 사회적 주도권이 넘어가는 바로 지금을 ‘밀레니얼 모멘트’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일’에 대해서 그렇다면 ‘투자’에 대해서는 어떨까? 일의 목적이 돈 버는 것으로만 수렴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애써 번 돈이 더 크게 불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어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돈에 얼굴이 없고, 투자 행위가 중립적인 것처럼 흔히 상상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그렇지 않다. 돈은 표정 없는 금융의 프로세스를 지나 현실 세계로 흘러가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쓰일 수도, 풍력 발전소를 짓는 데 쓰일 수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이 중 어디에 자본을 투자하느냐가 세상을 다르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투자가 만드는 다른 세상을 지향하기 위해 반드시 낮은 수익률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수익률 뒤에 숨어 있는 ‘의미’가 있으며, 그 ‘의미’를 함께 고려할 때 자본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이들이 바로 ‘임팩트 투자자’다.

 

‘다르게’ 일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투자에 대해서도 다르게 행동한다. 돈의 의미를 묻는 임팩트 투자의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한 축은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무슨 일을 하느냐, 어디에 소비하느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듯, 어디에 투자하느냐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밀레니얼 세대로 자산이 이전되면서, 임팩트 투자 자산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밀레니얼 모멘트는 투자업에서도 진행 중이다. US 트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세계대전 이후 회사를 설립하여 부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이들의 상속자에게로 재산이 이동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12조달러의 자산 주인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미국 GDP의 75%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같은 조사에서 부유한 밀레니얼 세대의 75%는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력이 자신의 투자 결정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3분의 2는 “투자 결정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가치관을 표현한다”고 답했다. GIIN(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임팩트 투자기관들의 운용 자산은 2017년 약 250조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Doing Well by Doing Good. 비즈니스와 투자를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일으키려는 임팩트 생태계에서 일종의 모토로 삼는 말이다. 직역하자면, 좋은 일을 함으로써 ‘잘 산다’는 말일 터. 나는 임팩트 투자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한동안 이 말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꽤 잘 벌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말인즉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이 말을 받아들였고, 이런 이해는 이른바 ‘밀레니얼’적 태도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깨진 것은 책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에서 교육 소프트웨어 기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읽었을 때였다. “저희는 미션 없이 성장에만 집중하면 남들보다 크게 도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 팀원들을 일하게 만드는 구심점이 돈은 아니거든요. 회사에 가장 안전한 길은, 계속해서 에누마의 미션을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일이란 걸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어요.” 에누마는 신체적 장애, 물질적 형편 등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쉽게 배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미션을 추구한다. 그런 소프트웨어는 만드는 데 더 품이 들지만, 비장애인과 형편 좋은 아이들에게도 가장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 Doing Well by Doing Good은 이런 식으로 구현되고, 이것이야말로 굿 비즈니스, 여기에 쓰인 돈이야말로 굿 머니다. 이 모토의 핵심은 ‘by’에 있다는 것, 그러니까 좋은 일을 함으로써,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좋은 일만 하면서 살 수야 없겠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감각이 전혀 없이 잘 산다고 만족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인간은 사회적 인간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현실의 개인 안에서 통합된다. 직업과 소비가 정체성의 일부라면, 비즈니스와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사업이 그럴 수는 없어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그래서 성장하는 사업이 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굿 비즈니스와 굿 머니가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들, 그 안의 사람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