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일감몰아주기’와 ‘불공정하도급’ 문제의 본격적인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들 두 사안이 재벌개혁의 양대 축”이라며 “그동안의 조사를 토대로 내년에 공정위 심판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대그룹 가운데 삼성과 SK를 대상으로 지목하고 제재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통로로 지적돼온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불공정하도급 문제에 대해서도 ‘갑질 근절’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공정한 경쟁을 외면하면서 사익추구에 몰두했던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수십년간 묵은 과제다. 재벌은 일감몰아주기를 수단으로 차기승계자의 지분이 있는 기업을 집중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설립 시 수십억원에 불과했던 기업을 수조원의 ‘공룡’으로 키워 승계에 활용했다. 일감몰아주기가 부의 불법적인 대물림 통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재벌이 독점에 따른 부당한 이익을 보는 반면 시장참여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불공정하도급은 하청기업에 돌아가야 할 정당한 이익을 재벌이 부당하게 독점하게 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이 같은 재벌 행태에 대한 규제가 없지는 않다. 재벌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계열사를 규제대상으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벌은 30% 미만으로 낮추는 ‘지분 마사지’를 통해 규제를 회피했다. 이 때문에 최근 3년간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1.4%에서 14.1%로 상승했다. 물론 내부거래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내부거래가 재벌 총수의 사익추구 수단이 되는 상황에서 늘어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하청기업들에 대한 재벌의 단가후려치기도 하루빨리 근절돼야 할 재벌 폐해 중 하나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승계는 어려워지고 치러야 할 비용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도급 관련 불공정행위도 방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재벌규제가 지속됐지만 재벌은 교묘히 법망을 피하면서 ‘악마의 카르텔’을 유지해왔다. 중요한 것은 30년 이상 묵은 재벌의 구태가 단번에 고쳐지길 기대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개혁만이 공정한 경제로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