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 카풀’ 논란과 관련해 “(택시업계의) 반발은 이해하지만,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거스를 수는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유경제는 대단히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확신하는 공유경제 패러다임이란 도대체 뭘까? 우선 공유경제 하면 연상할 수 있는 오스트롬이나 벵클러의 코먼스(commons)와는 무관하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일반적인 경제재화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중 상당히 고가이면서 실제로 사용시간은 짧고(자동차의 평균 이용 시간은 5%에 불과하다), 동시에 이용하지 않는 기간이 상당히 고정적인 재화가 그 대상이다.

 

약 10년 전부터 각광받은 새로운 ‘공유경제’는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기술혁신에 기초한 것이며 ‘4차 기술혁명’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이웃 사람끼리는 출퇴근 카풀을 할 수 있지만 옆 건물의 다른 회사에 다닌다면 옆집 사람이라도 그러기 쉽지 않다. 그런 정보 자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이른바 거래비용, 특히 탐색비용을 줄여주고, 회원으로 등록할 때 기입해야 하는 각종 정보는 비대칭성의 문제도 일부 해결해 줄 수 있다. 더욱이 사용 후기나 센서 기술을 적절히 이용하면 평판에 의한 참여자 평가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앱을 제공하여 각종 정보를 모아서 성업 중인 곳이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눈덩이 효과 또는 네트워크 효과를 지닌다. 정보가 빨리 쌓이는 선도기업들은 독점이익을 누릴 수 있으며 나아가서 플랫폼에 등록된 각종 정보를 이용한 가격 차별화(예컨대 자동차 종류와 연식, 그리고 운전자의 경력, 성별, 인종에 따른 가격 차별화)로 소비자 잉여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 공유의 이미지와 달리 사람과 사람(P2P) 간 대화는 없다. 오직 플랫폼에 내장된 미지의 알고리즘이 가격을 정한다. 물론 프로그래머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최대 이익을 누리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가격의 20~30%를 플랫폼 사용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모든 고정 자본과 정보를 일반 시민이 제공하는데도 그 이익은 플랫폼이 독점한다.

 

이들 기업은 기존 업체가 준수해야 하는 규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자기 자동차로 우버파트너(기사)를 하는 경우 사실상 개인면허를 딴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들의 자격은 기계가 부여한 것이다. 미국에서 이들 파트너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독립계약자)라서 노동법이나 사회복지 관련법이 보장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사실상 이 사업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플랫폼은 사회보험료를 낼 필요도 없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며 각종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나도 책임이 없고 미비한 법규를 활용하여 탈세도 한다. 필경 소형차의 상대적 운행 비율이 늘어날 테니 생태 쪽의 이익도 의심스럽다.

 

우버파트너와 같은 노동자가 늘어나면 동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마저 프래카리아트(precariat, 극히 불안정한 임시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다. 아예 태스크래빗처럼 사람의 능력과 시간을 토막내 활용하는 초단기 노동력 플랫폼도 있다. 이른바 ‘기그경제(gig economy)’ 속에서 노동자들은 시간당으로 마당 잔디를 깎고 난 뒤, 일주일치 설거지를 하며 이케아의 가구조립을 한 뒤, 밤에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일부를 만들기도 한다.

 

플랫폼 기술은 이렇게 이용되도록 결정되어 있는 걸까? 예컨대 원거리 출퇴근자를 위해 동네 사람들의 집과 회사, 출퇴근 시간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서 이용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이 사업은 ‘공유경제’가 내건 모든 장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사실상 대리운전자인 우버파트너들은 나름의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고, 기존 택시업체도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아가서 코레일과 지역 렌터카 협동조합이 공동사업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강릉까지는 기차로, 역에서부터 렌터카를 예약할 수 있다면 자가용 운전은 대폭 줄어들 것이고 편하고 싸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필요한 것은 적절한 앱과 사람들의 자발적 네트워크다. 요컨대 플랫폼 기술은 협동과 연대의 방식으로도, 시장만능의 방식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서울은 글로벌 공유도시 네트워크에 협동조합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플랫폼 경제를 위한 도시연합(Cities Alliance for Platform Economy)’이 그것이다. 이렇듯 전 세계적 규모의, 위로부터의 대안도 구상해야겠지만 지역공동체와 소비자협동조합(생협)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각종 플랫폼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각 지역을 네트워크로 묶어 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플랫폼 협동조합’이야말로 ‘공유’의 원래 의미에 값하는 진정한 대안이며 우리 시대의 경제민주화를 한 걸음 더 진전시킬 것이다.

 

<정태인 | 독립연구자·경제학>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