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췄다. 내년에는 2.6%로 더 떨어진다고 봤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놓는 경제전망도 한결같이 비관적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 가려져 있지만 체감하는 경기는 지표보다 더 나쁘다. 특히 일자리는 청년과 장년,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걱정하는 문제가 됐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손실이 커져 버티기가 점점 더 힘들다.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않으면 수지를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중소기업 사장인 다른 지인은 “한국에서 제조업하기가 어려워지기만 한다. 대통령이 좋은 사람인 건 알겠지만, 경제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는 게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경제는 더 어려워지는 것만 같다. 주식시장마저 곤두박질했으니 한국 경제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분명하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참가 업체 부스 앞에 구직자를 위한 의자가 놓여 있다. 이날 수도권 박람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3일 호남권 박람회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같은 달 15일과 24일에는 대구·경북권 박람회(대구 엑스코)와 부산·경남권 박람회(창원컨벤션센터)가 잇따라 열린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제이노믹스’는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 성장, 공정 경제 등이 핵심이다. 과거 정부의 숫자놀음 목표치와는 달라보였다. 직전 박근혜 정부는 ‘474(잠재성장률 4%·고용률 70%·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비전, 이명박 정부는 ‘747(경제성장률 7%·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7대 선진국 진입)’ 공약을 내놨었다. 철학만 놓고 본다면 격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아무리 격이 높고 뜻이 깊어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대통령의 철학을 실행해야 할 관료집단 책임이 크다. 며칠 전 경제부총리와 고용, 산업, 국토 등 경제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용대책회의라는 걸 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후 “고용개선을 위해 단계적 정책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액션플랜을 구체화해 추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일자리 문제가 불거진 게 언제부터인데 이제야 정책노력을 강화해야 한단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대통령 측근에 포진한 ‘어공(어쩌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구체화하지 못한 책임을 돌아보고, 자신들이 ‘대통령 놀이’를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해 다음주 고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일주일 새 뚝딱 만들어내는 게 정부 대책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반영했을지 궁금하다. ‘여기서 몇 명, 저기서 몇 명, 재정지원 얼마, 그래서 총 몇 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따위의 판에 박힌 숫자놀음 대책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용상황이 심상치 않자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챙기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은 최근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화큐셀을 찾아가서는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문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일자리 늘리기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대기업을 방문했다면, 순서가 적절치 않다. 대기업 일자리는 그들이 알아서 잘한다. 문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양산업과 한계기업, 중소상공인이다. 지난 8월 취업자수 통계를 보면 4인 이하 사업장 취업자는 14만4000명 줄었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6만8000명이 늘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과 제조업의 취업자 감소폭이 컸다. 비용이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은 가장 먼저 인력을 줄이기 마련이다. 소규모 사업장과 하청 제조업체 등의 고용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 고용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당분간 불투명하다. 일자리 문제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광주형 일자리’다. 노동계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이 협업해 현대기아차 노동자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인 약 4000만원 일자리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큰 한국에서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해 확산된다면 대기업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중도하차하면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일자리 문제는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례처럼 이해관계자가 많아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그럴수록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경영환경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인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은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안호기 경제에디터>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