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차는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를 1.50%로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한은이 그때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한·미 금리 차는 이전 최대폭인 1%포인트까지 커지게 된다. 내외 금리 차가 확대되면 국내 자본시장에 있는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한은과 정부는 이날 “미 금리 인상은 예견된 결과다. 국내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주열 한은 총재), “우리나라의 건실한 경제 기반이나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등 시장충격은 제한적일 것”(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입을 모았다. 실제 올해 들어 9월 현재까지 외국인 증권자금은 86억달러 순유입 상태로 아직 자본 유출이 현실화되진 않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이뤄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_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미 금리 인상이 한국에 직접 미칠 영향뿐 아니라 금융위기를 겪는 다른 나라들을 통해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수의 신흥국들은 이미 통화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미 금리 인상으로 추가 충격을 받아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내외 금리차가 크면 그 충격은 더욱 커진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경험했지만 대내외적 충격으로 자본 유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게 급속히 번진다. 당장 자본 유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부로 출근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고민이 깊을 것이다. 투자 위축과 고용 악화 등으로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은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그러나 한은이 이도저도 못하고 고민만 하는 사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연준이 내년에도 계속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섰고, 이는 최근의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은도 이제 기준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향후 경제 침체 시 금리를 낮춰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확보해 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