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여러 개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주택공급확대 계획을 발표하였다. 대규모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는 노태우 정부, 참여정부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투기억제 정책으로만 소개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8·31대책에는 5년간 총 1500만평의 택지를 공급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나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은 대부분 이때 개발한 택지에서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왜 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은 수요억제 정책으로만 평가되고 공급확대 정책은 기억되지 못하는 걸까? 우선 참여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출범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던 시기였고, 국내적으로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소득 증가에 따른 주택수요가 급등하던 때였다. 주택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IMF 시기에 해제되었던 각종 금융규제나 조세를 정상화하는 조치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참여정부의 정책은 투기억제 수단으로만 각인되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참여정부는 1990년대 난개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국토의 계획적 관리제도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시기에 출범하였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모두 2002년에 제정되었으며 일반주거지역 종세분화도 2003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나대지 개발이나 정비사업의 시행, 기존 주거지역 전반에 걸쳐 ‘선 계획, 후 개발’ 체계가 법제화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과거에 비해 개발이나 정비가 훨씬 어려운 절차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신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주택공급확대 정책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다. 시급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수단 중 투기수요 억제방안은 신속한 조치를 통해 시행 가능하지만, 공급확대 정책은 항상 수요억제 정책보다 뒤늦게 발표된다. 더구나 택지개발촉진법이라는 특별법에 의존하는 신도시 건설은 정상적인 정책으로는 막을 수 없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 아니면 선택하기 어려운 수단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타깝게도 참여정부와 유사한 환경에서 출범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또다시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요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0년의 보수당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전세대책을 명분으로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던 것도 참여정부 때와 유사한 여건이다. 참여정부와 동일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는 문 정부에 과도한 오해와 부담을 낳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수급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지난해 8·2대책에서 발표한 2017, 2018년의 수도권의 주택분양이나 입주물량은 수도권 장기 주택추정수요나 연평균치를 크게 상회하였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의 입주물량도 7만5000호 내외로 최근 10년 평균치 6만2000호를 크게 상회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계한 추정에서도 2016~2019년 기간 동안 예년에 비해 많은 주택준공량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서울부동산과 관련한 심리이다.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투기억제 수단이 예상외로 약하고 더 이상 강한 대책을 발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결합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였다. 더 이상 서울 기성 시가지에서 저렴하고 쾌적한 주택이 공급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건축법이나 주차장법 조항 하나만 개정해도 한 해에 수만채의 주택이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 주차장 규제를 다가구주택당 1대로 완화한 1996년 한 해 동안 17만8000호의 주택이 공급되었으며, 2002년 17만1000호가 공급되었던 주택공급은 주차장법 강화로 2006년 4만1000호로 격감하였다. 서울의 주택인허가량은 도시형 생활주택 도입, 도로 사선제한, 재건축 초과부담금 부과 예고 등의 정책발표만으로 전년도 대비 2배 이상의 실적을 보여왔다.

 

서울에는 294개의 지하철역이 있고 역세권 지역의 용적률은 상업지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160%에 머물고 있다. 용적률을 현재의 2배 정도로만 활용해도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서 수십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서울면적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파리시는 대부분의 주택이 7층의 주상복합형태로 되어 있지만 누구도 파리시의 주택이 과밀해서 쾌적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주택공급 대책이 항상 후순위였고 부차적인 정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주택공급 대책이 계획적이고 선제적이어야 한다. 저층주거지, 역세권, 공공부지 등에서 획기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교한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쾌적성을 갖춘 주거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