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7억원을 넘은 지 몇 달 되었다. 중위가격은 가장 비싼 1등부터 가장 싼 100등까지 줄 세웠을 때 50등의 가격을 말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고려하지 않고 7억원을 순전히 주택담보대출로 받았을 때,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으로 갚으면 한 달에 얼마가 나갈까? 연리 3%로 갚으면 매월 360만원을 30년 동안 지불해야 한다.

 

직장인이 운이 좋아 정년까지 회사를 다녀도 다 갚을 수 없는 돈이다. 그래서 ‘평생 벌어도 못 사는 집’이라는 말이 떠돌곤 한다.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의 속설은 다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의 첫 상한선, 1년에 둘이 벌어 7000만원인 가구가 있다고 하자. 커플은 혼인 전에 종잣돈을 만들기로 약속하고 매월 각각 150만원씩 적금을 3년간 붓기로 한다. 연복리 2.5%로 각각 5500만원씩 1억1000만원이 생긴다. 잔금 5억9000만원을 30년 만기로 3% 이자의 주택담보대출로 빌린다고 가정해 원리금을 계산해 보면, 월 300만원씩 갚아야 한다. 20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300만원은 대출 갚는 데 쓰면 어떨까? 팍팍한 삶일까? 조건에 따라 다르다.

 

18일 오후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 상가에 아파트 매물들을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권도현 기자

 

임금이 매년 올라가면 원리금을 갚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성과상여금같이 목돈이 생길 때 일시중도상환을 하면 원리금은 더 줄어든다. 출산을 미뤄도 부담이 준다. 둘이서 직업 경로를 단절 없이 잘 이어간다면 쪼들릴 확률은 확실히 줄어든다. 그러나 서울의 7억원이나 되는 아파트가 비싸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현금 7억원에 112.4㎡ 아파트를 사 3년 후 8억원에 팔면 수익률은 14%에 그친다. 하지만 현금 1억원과 주택담보대출 6억원으로 사서 8억원에 팔게 되면, 기상환 대출원리금과 중도해지위약금을 고려해도 수익률은 40%에 이른다. 3년 동안 자연스레 400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30년 동안 10번 이사를 다니면 원금 1억원은 29억원이 된다. 아파트는 ‘레버리지 투자’를 ‘복리’로 할 수 있는 주식보다 수익이 높은 자산이고, 가계대출은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가장 안정적인 담보대출이 된다. ‘똘똘한 서울 아파트 한 채’나 ‘가난할수록 서울 아파트를 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런 속설과 싸우는 중이다. 70%에 이르던 LTV는 40~60%로 묶었다. 이자 부담이 적고 LTV 규제가 덜한 디딤돌 대출(연리 1.7~3.15%)과 보금자리론(연리 3.1~3.45%)은 각각 2억원, 3억원 한도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실수요 목적으로 LTV 70%를 받아도 4억2000만원(현금 1억2000만원+대출 3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는 한도다. 정책금융을 못 받으면 실수요자라도 부부 합산 연봉 7000만원 이하여야 5억원 한도 주택까지 LTV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5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종잣돈 2억5000만원을 마련하려면 연리 2.5% 적금을 매월 200만원씩 10년간 꼬박 부어야 한다. 주식에 소질이 있어 1년에 10%씩 수익을 낸다 하더라도 매월 200만원씩 7년을 부어야 한다. 정부는 대출규제로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고 종부세를 인상해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을 줘 투매하게 만들어 가격을 떨어뜨리겠다고 한다. 대의로 옳은 일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30만호 임대주택까지 지으면 정말 가격이 안정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득 상위 20% 이상의 전문직, 대기업·공공부문 직원들은 낮은 금리의 ‘엘리트론’(신용대출)을 지렛대로 모자란 잔금을 채워 더 비싼 아파트를 매입하려 머리를 쓸 것이다. 누가 이길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 아파트는 돈이 된다’는 속설과 정부가 싸움을 하는 사이 서울의 아파트는 온 나라에서 ‘가지고 싶지만 갖기에는 넘사벽’인 욕망과 질시의 대상이 됐다. 학창시절 ‘수학 포기자’였던 친구 몇몇은 이자율 계산의 달인이 돼 아파트 실거래가격을 줄줄 읊고, 부동산 특강을 찾아 다닌다. 수도권을 전전하며 이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부모가 ‘보태줘서’ 서울 아파트에 들어간 친구 이야기가 나오면 속 쓰려 한다.

 

지방 출신이거나 지방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서울 부동산 이야기는 빼놓지 않는다. 50조원 예산의 ‘도시재생 뉴딜’이 진행되지만, 변화는 체감하지 못한다. 기회만 나면 어떻게든 서울에 비집고 들어가겠단다. 수요는 공급을 압도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 한들 ‘서울권’(서울 통근 가능 권역)의 아파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 자체가 많다. 용산에 수백만가구 임대주택을 짓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사이 계층 간 인식의 간극은 더 적나라해졌다. “부모가 집을 해줄 수 있냐”는 낡은 질문이다. 재테크를 계산하고 실행할 수 있는 커플 합산 연봉 7000만원 이상이 결혼의 최소기준이 될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이게 농담인가 싶었다. 대출제한 때문에 집 살 기회를 잃었다고 열 받은 커플 합산 연봉 7000만원 언저리의 사람들과, 이런 때야말로 서울 아파트를 살 때라는 그 위 계층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서울에서도 아파트 아닌 빌라나 단독주택 등에 살거나, 전·월세 세입자로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낙후된 주거’에 산다며 졸지에 우스운 신세가 됐다. ‘서울권’ 아파트에서 자란 비혼자들은 다른 형태 주거를 ‘탈락’으로 생각한다. 안 그래도 결혼·출산·육아가 두려운 이들은 ‘주거의 품격’과 ‘입지’에서 밀려난다 생각하니, ‘보탬’이 없으면 부모집을 못 벗어나겠다며 움츠러든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싸면 사람들은 더 들어오려 할 것이고, 서울의 인구가 빠진 만큼 수도권의 인구는 채워질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을 떨어뜨릴 계획으로 수도권으로의 분산을 계획할 때, 지방 소도시에서는 ‘인구 소멸’의 단계가 심화되고 있다.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KTX로 서울에서 통근하거나 주말마다 셔틀버스에 오르며 서울 집값을 주시한다. 개인들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정부가 할 일이라면, 지방을 떠나고픈 이들과 서울로 향하고픈 이들이 다른 선택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괜찮은 주거 형태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아파트 투기꾼과 비장하게 싸우는 정부보다 지방, 빌라와 단독, 전·월세 사는 사람들의 주거 안정에 힘을 쓰는 정부를 보고 싶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문화연구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