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을 잡기 위한 9·13 부동산 대책이 예고됐을 무렵이다. 다섯 해 전쯤 서울에 마련한 ‘내 집’이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될까, 재보게 됐다. ‘내 집’이 종부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번엔 달랐다. “가만히 있는데도” 집값이 턱턱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오른 폭은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소위 핵심지역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5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솟아 자산가치가 ‘절로’ 높아지는 ‘부동산 요술’을 실감했다. 좌표를 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삽질’ 덕분(?)일 터이다. 집값으로 인한 자산증식을 감안하면 1년에 수십만원 정도의 종부세는 외려 적어 보였다. ‘내 집’이 종부세 대상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가 취한 종부세 완화가 복구되고, 시세를 반영 못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조치다. ‘노무현 종부세’ 지우기에 나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종부세 과표기준 공시가격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시가가 약 9억원 이상이면 종부세를 부과하던 걸 13억원 이상 주택으로 ‘종부세 대상’을 확 줄여버린 것이다.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다. 참여정부에서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종부세를 도입한 ‘종부세 설계자’(김수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가 다시 ‘부동산 운전대’를 잡았다. 게다가 잇단 정책 실패로 부동산 광풍을 야기한 다음, 이제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장담한 터다. 앞서 빈약한 종부세 개편안을 내놨다가, 서울 집값을 미치게 만들었던 반면교사도 있다. 여전히 쭈뼛거리는 청와대(김수현 수석)를 대신해 막강 여당 대표(이해찬)가 종부세 총대를 멨다. 강력한 보유세 조치가 나올 것이란 합리적 예상이 지배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17일 (출처:경향신문DB)

 

정부·여당이 부동산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인가. 하지만 정권의 명운을 걸고 내놓은 부동산 대책치고는, 특히 ‘보유세 강화’에서 제한적이다. ‘내 집’을 종부세 대상에 턱걸이시킬 두 가지 조치는 배제되었다. 종부세 과표기준 공시가격을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최종 조율 과정에서 빠졌다. 불공평한 공시가격 문제는 ‘공시가격 점진적 현실화’로 두루뭉술 넘어갔다. 종부세 인상의 적용을 받는 주택 보유자를 늘리고, 8900명의 부동산 최고부자들에게 높은 인상률을 적용한 게 핵심이다. 결국 ‘내 집’은 종부세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내 집’의 자산가치는 많이 올랐으나 세금(보유세)은 별 변동이 없게 되었다. 이쯤이면 정부·여당이 고려하고 걱정한 것이 ‘내 집’ 소유 중산층의 부동산 기득권이었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데도 시종 보유세 개혁을 정책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참여정부 때 겪은 소위 ‘종부세 트라우마’를 빼고는 설명이 힘들다. 참여정부는 끝내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다. 근본 처방으로 도입한 종부세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세금폭탄론’에 포획되어 중산층의 이반을 야기했다.

 

강렬한 트라우마가 낳는 성향은 회피나 신중, 아니면 다르게 대처하는 것이다. 김수현 수석은 “조세저항”을 내세워 보유세 신중론을 고수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침묵은 확실히 노무현 대통령과 ‘다른’ 길이다. 1년 반 사이에 8번의 대책,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간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실기’했다는 점이다. 정책 실기는 주저함이나 신중함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보유세 개혁’이 빠진 9·13 대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단기간에 막대한 불로소득을 낳은 지금의 집값을 놔두고, 단지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맞춰진 대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새길 만한 술회가 담겨 있다.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결국 땅을 많이 가진 사람,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반대하는 정책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부동산 거래실명제가 그 첫째이고 그다음이 부동산 보유세 제도를 확실히 관철해 나가는 것입니다.”

 

‘종부세 트라우마’ 씻어낼 때가 됐다. 세상이 바뀌었다. 9·13 대책에 포함된 부족한 종부세 강화에 대해서도 예의 ‘세금폭탄론’이 투하되고 있지만 여론의 진지는 전혀 공명이 없다. 오히려 강력한 역풍이 불고 있다. 2006년과 2018년 너무도 달라진 세금폭탄론의 위력은 보유세 개혁을 추진할 토양이 조성되었음을 확인시킨다. 거기에 ‘내 집’ 소유자도 들어 있다. 켜켜이 쌓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할 ‘보유세 개혁’, 이제 문 대통령이 직접 그 길에 나서보라.

 

<양권모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