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대폭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5일부터 시행하면서 비(非)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양천·노원·마포구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강남과 비강남 지역을 차별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결성한 ‘비강남 국민연대’는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청구와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정권 퇴진과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정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4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와 매개가격을 적은 시세표가 붙어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지난주 서울에서는 마포·성동·영등포·동작 등 비강남권지역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반발은 국토부가 지난달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내놓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개정안은 재건축 허용 여부를 평가할 때 구조안전성 배점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주거환경(40%→15%)과 시설노후도(30%→25%) 배점 비중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무너질 정도의 위험이 없는 아파트는 사실상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은 재건축 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투기와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재건축 시한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온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남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으로 집값 상승의 실익을 챙겼는데 정부가 갑작스레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4일 주차난을 겪거나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판정 가능성을 높여주기로 했지만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정권 퇴진과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여권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대폭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재산증식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깊이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정부도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의 요구를 집단이기주의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흔들림 없이 시행하되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의체를 구성해 보완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