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법을 제정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검토하게 된 것은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투기 광풍은 유독 한국에서만 심하다. 대학생부터 주부, 70대 노인까지 ‘묻지마 투자’에 나서며 하루 종일 가격 동향만 살피는 ‘가상화폐 좀비’들이 300만명이 넘는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국제 시세보다 30~50% 비싼 ‘김치 프리미엄’으로 미국 가상화폐 정보업체가 가격 통계에서 제외할 정도다. 시장 규모도 코스닥을 능가할 정도로 커졌다. 누가 봐도 투기이자 거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11일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에서 시민들이 가상화폐 시세전광판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별다른 설립요건이 없어 신고만 하면 누구나 세울 수 있다. 지난 2년 새 100여개의 거래소가 생겼지만 관리는 전무한 상태다.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형태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쇼핑업체나 다를 게 없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소는 수수료에 대한 과세 부담이 없어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챙기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투자자를 보호할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킹에 취약할 뿐 아니라 서버가 중단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빗썸’에서는 회원 3만6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지난해 말 ‘유빗’은 해킹으로 170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파산을 선언했다.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가상화폐 거래 시장이 ‘돈 놓고 돈 먹는’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질된 데는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로 방치해온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임이 작지 않다.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가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거론한 것은 ‘뒷북 대책’의 전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박 장관이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가 “정부 차원에서 조율된 입장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나서는 등 혼선을 빚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바꾸면서 연착륙을 유도한 일본과 영국, 독일처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막을 적절하고도 질서 있는 출구전략이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