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한국 지배계층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라와 국민은 말뿐이고 주어진 힘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 왔다. CJ와 관련한 문제 영화로 지목되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많이 떠오른다. 보름간 왕 노릇을 하는 광대에 의해 하늘처럼 높아보였던 정승·판서들의 짓거리가 까발려지고 꾸짖음을 당한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고, 선량한 사람을 고문해 죄인을 만든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이다.

 

어렵다는 고시에 합격하고 외국에서 박사 학위 받은 장차관과 고위 관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앞뒤 안 맞는 이상한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그대로 실행했다. 나아가 대통령과 최순실의 사익을 위한 해결사 노릇까지 했다. 주어진 자리가 너무 좋아 오래하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최고 지식인인 교수들은 비정상적으로 입학생을 뽑고, 말도 안되는 리포트를 근거로 학점을 주었다. 교수 자리는 명예가 있을 뿐 아니라 고액 연봉을 받고, 정년이 65세이고, 정년 후 아주 좋은 조건의 연금을 받는다. 이것도 부족하여 권력자와의 연을 통해 프로젝트를 따서 더 많은 돈을 벌거나, 권력자가 주는 편하고 좋은 자리를 얻으려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뒤)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을 만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은 더 심각하다. 누구 말대로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한국 정치인들의 뛰어난 정보력을 생각할 때 말이 안된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을 만들었고 계속 보호하고 있는 것은 나라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떡고물만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과 공기업 경영진, 사회·문화계 고위 인사와 의사 등도 비슷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간 박근혜 정부의 말도 안되는 경제정책과 이로 인해 서민들의 고통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성공한 정치인, 재벌, 관료, 검찰, 교수, 금융기관 경영진, 의사 등 전문직, 임대사업자 등 기득권자의 이익에 충실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염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기득권층의 전형적 모습인 최순실에 의해 대통령이 조종되었으니 다른 기득권자들은 더 좋아졌다. 각자가 자신의 힘을 최대한 이용해 사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내용이 모호한 창조경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기득권자의 공통이익인 부동산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최순실 일가의 재산도 대부분 강남과 제주·평창 등에 있는 부동산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 경제정책이 2013년 4월1일 부동산경기 부양책이었다. 이후 계속 집값, 집세 올리기에 매달렸다.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공급 축소, 양도세 완화, 취득세 영구인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조정, 아파트 청약제한 철폐, 분양권 전매제도 완화, 주택임대소득 무과세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LTV·DTI 상향 조정으로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까지 생겼다. 2016년 11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이라고 나온 것도 핵심 내용이 주택공급물량 축소이다. 결국 집값, 집세를 올리는 정책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집값, 집세만 올리고 끝날 것 같다. 집값, 집세가 오르면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당연히 소득과 부가 늘어난다. 이때 늘어난 부동산 소유자의 소득과 부는 무주택자의 소득과 부가 이전된 것이다. 경제정책은 특정집단에 더 이익이 가거나 손해가 되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기득권층의 이익을 늘리는 데 충실했다. 여기에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되었던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이런 시스템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성공한 정치인, 재벌, 관료, 검찰, 교수, 금융기관 경영진, 의사 등 전문직, 임대사업자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강하고 여론 주도층이다. 야당 정치인들도 상당 부분 기득권화됐거나, 일부는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 포퓰리스트이다. 대통령만 바뀌고 기득권층의 특권과 특혜가 계속 유지된다면, 한국은 별로 변하지 않고 젊은이와 서민의 생활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이후가 진짜 중요한 이유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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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